10년 넘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규제가 느슨해진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만든 방벽으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AI가 27년 묵은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냈습니다
2026년 4월, 한 건의 보도가 보안의 전제를 흔들었습니다. 고성능 AI가 사람이 27년 동안 발견하지 못한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냈습니다.
그동안 보안은 사람과 사람의 싸움이었습니다. 공격자도 사람, 방어자도 사람. 속도와 물량이 대칭을 이뤘습니다.
공격하는 쪽이 AI가 되면 그 대칭이 무너집니다. AI는 더 빠르게, 더 많이, 멈추지 않고 취약점을 만들어냅니다. 프롬프트 인젝션처럼 기존 방화벽 문법으로는 잡히지 않는 공격면도 함께 열립니다.
금융위원회가 2026년 5월 22일 내놓은 결론은 한 문장이었습니다.
“AI 공격은 AI로 방어한다.”
망분리 완화의 배경은 여기 있습니다. 규제를 풀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람의 차단벽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인식입니다.
망분리란 무엇인가
금융사 내부망을 인터넷과 끊어두는 것. 밖에서 들어올 수 없으니, 안의 고객 정보도 새어 나가지 않습니다.
의무화의 계기는 2014년 카드 3사 약 1억 건 유출 사고였습니다. 사고 직후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명문화됐고, 이후 10년 넘게 금융 IT의 기본 전제가 되었습니다.
보호는 작동했습니다. 외부 차단이라는 단순한 방식이 실제로 유출을 줄였습니다.
문제는 같은 차단벽이 양날의 검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외부의 공격을 막는 동시에, 외부의 방어 기술 — 클라우드 기반 AI 보안 솔루션의 도입까지 막았습니다.
여기서 모순이 생깁니다. 망 밖에서 AI 공격은 진화하는데, 그것을 막을 AI 방어는 망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창은 날카로워지고, 방패는 들어오지 못합니다. 이것이 당국이 직면한 딜레마였습니다.
단계적으로 풉니다
당국은 한 번에 풀지 않습니다. 세 차례에 나눠 선정합니다.
대상은 자격을 갖춘 49개 금융사입니다. 총자산 10조 원 이상, 상시 종업원 1,000명 이상, 전담 CISO 보유.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신청 자격이 생깁니다. 라운드마다 신청과 심사를 거쳐, 통과한 곳부터 도입합니다.
1차 (6월) — 10개사 선정 완료. 은행·증권·보험·카드 전 업권에서 첫 통과 기업이 나왔고, 이미 도입을 시작했습니다.
2차 (8~9월) — 1차 탈락·준비 중인 금융사가 집중 신청하는 핵심 기간.
3차 (연내) — 선정 후 전면 해제 검토. 마지막 라운드.
전면 해제는 정해진 방향입니다. 1·2·3차를 거쳐 망분리는 결국 풀립니다. 질문은 풀리느냐가 아니라, 풀렸을 때 사고 없이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입니다.
완화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망분리 완화는 외부 AI를 자유롭게 써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보안 목적 AI 활용에 한해 망분리 규제 예외를 허용하고, 보안성이 검증된 AI 등만 사용하도록 합니다.” — 금융위원회 권대영 부위원장 (2026.05.22)
두 개의 단서가 있습니다. 보안 목적에 한해, 그리고 검증된 것만. 규제를 푸는 대신, 안전성을 입증할 책임이 금융사로 넘어옵니다.
망분리가 살아 있을 때는 “망으로 막혀 있으니 안전하다”는 한마디로 충분했습니다. 그것이 사라지면, 금융사는 스스로 위험을 판단해 통제를 설계하고, 사고가 나면 왜 안전하다고 봤는지를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형식적 망분리에서 실질적 보안 통제로. 이 전환의 무게를 가장 무겁게 지는 자리가 CISO입니다.
우리의 관점
이 흐름을 49개사에 열린 기회로만 읽지 않습니다.
망분리 완화는 닫혀 있던 시장이 열리는 사건인 동시에, 금융권 AI 보안의 기준점이 세워지는 사건입니다. 1차 통과 기업의 보안 구조가 사실상의 레퍼런스가 되고, 이후 신청 기업은 그 기준을 따라갑니다.
준비의 타이밍이 곧 경쟁력입니다. 망분리가 풀린 뒤에 보안을 갖추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입니다. 사고 없이 운영하려면, 방어 인프라는 신청서를 내기 전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직접 구축하면 1~2년, 검증된 인프라를 탑재하면 즉시 가동. 이 시간 차이가 1차와 2차의 격차를, 준비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격차를 만듭니다.
다음 편
1편에서는 망분리가 풀리는 배경과 일정을 정리했습니다.
망분리는 49개사의 이야기지만, 2026년 상반기에 함께 작동하기 시작한 규제는 이것 하나가 아닙니다. 금융 AI 7대 원칙(6.22 시행), AI 기본법(1.22 시행), 그리고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금융사를 향하는 블랙박스 점검.
2편에서는 결국 全 금융권이 검증된 AI 보안을 갖춰야 하는 이유를 다룹니다.
※ 본 글의 규제·정책 관련 서술은 금융위·금감원 공개 보도자료 및 권대영 부위원장 발언(2026.05.22), 금융 AI 7대 원칙 시행(06.22), 비조치의견서 회신 사례, 미토스 관련 보도(2026.04),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2026.01.22 시행)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 정보 제공이며, 작성 시점 기준입니다. 구체적 적용은 개별 사안과 최신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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